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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따라 강 따라 나들이 떠나볼까···관광공사 4월 추천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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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가 4월 추천 여행지를 26일 소개했다. 4월 여행 테마는 ‘봄 따라 강 따라’로 꽃그늘 아래 한들한들, 물길을 따라 살방살방 나들이 갈 수 있는 코스다. 4월엔 계곡과 강변 둑길을 따라 피어난 꽃들을 보며 봄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옛 경춘선은 무궁화호가 덜컹이며 낭만을 싣고 달리던 길이다. 그 기찻길을 이제는 레일바이크가 달린다. 강촌레일파크는 옛 경춘선 일부 구간을 이용한 두 개의 노선과 세 개의 출발역이 있다. 출발역을 기준으로 김유정 레일바이크와 가평 레일바이크, 경강 레일바이크로 구분한다. 김유정 레일바이크는 전체 8.5km 코스로 레일바이크로 6km 지점 낭구마을까지 간 뒤 낭만열차로 갈아타고 옛 강촌역까지 간다. 강촌역에서는 셔틀버스를 이용해 출발점인 김유정역으로 돌아온다. 코스 중간 나타나는 네 개의 터널과 낭만열차를 타고 즐기는 북한강의 풍경이 코스의 백미다. 가평 레일바이크는 경강역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왕복 8km 코스로 전동레일바이크가 사용된다. 30m 높이의 북한강철교를 따라 강을 건너 느티나무 터널과 벚꽃 터널을 지나면 경강역에 다다른다.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 동안 간이역 감성 가득한 경강역에서 여행의 추억을 사진에 담아보자. 경강역은 영화 <편지>와 드라마 <바람이 분다>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경강 레일바이크는 반려견과 함께 즐기는 펫 바이크도 이용할 수 있다.
☎강촌레일파크 033-245-1000
선암골생태유람길은 단양 느림보유람길의 1구간으로, 선암계곡을 따라 걷는 14.8km의 산책코스다. 남한강의 지류인 단양천을 따라 화강암과 사암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는데, 단양팔경으로 꼽히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 차례로 등장한다. 신선이 이 세 곳 암반지대의 절경에 취해 노닐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명소들이다. 자연휴양림과 펜션, 오토캠핑장 등 숙박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춘 점도 장점이다. 이 밖에도 소선암, 은선암, 특선암 등 길 따라 만나는 절경에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봄에는 새색시의 발그레한 뺨처럼 아름다운 진달래와 철쭉이 풍성한 데다, 출발 지점부터 벚나무 가로수길이 펼쳐져 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중선암에서 약 1km 남짓 걸으면 단양의 명산 도락산과 월악산국립공원 단양분소가 나온다. 국립공원 정보도 얻고 잠시 쉬어갈 장소로 제격이다. 봄을 만끽할 준비가 됐다면 선암계곡 물길을 거슬러 느릿느릿 걸어보자.
☎단양군 관광기획팀 043)420-2906
임고강변공원은 오래된 벚꽃 명소다. 양쪽으로 벚나무가 늘어선 길이 입구부터 공원 끝까지 이어진다. 강바람이 불어오면 분홍빛 꽃비가 장관을 연출한다. 자호천이 빚어 놓은 풍경 또한 그림 같으니 우뚝 선 암벽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감상하며 물멍을 즐기거나, 산책로를 따라 걷기에 좋다. 임고강변공원 주변에도 숨겨진 벚꽃 명소가 수두룩하다. 임고면 양향교에서 양수교까지 이어지는 길은 ‘벚꽃 예쁜길’로 불린다. 강변을 따라 2km 남짓 쭉 뻗은 이 길은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걸으며 벚꽃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영천댐 벚꽃 백리길도 놓칠 수 없다.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절경을 간직한 영천댐에서 보현산 천문과학관 인근까지 40km 지방도를 따라 벚꽃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자동차로 오붓하게 벚꽃을 감상하며 달릴 수 있는 최고의 벚꽃드라이브를 선사한다.
☎영천시 공원관리사업소 054)330-6891
산이 많고 물이 많은 임실은 봄의 전령사다.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산의 신록, 섬진강의 개나리와 옥정호의 물안개는 겨우내 잿빛이었던 마음을 화사한 설렘으로 물들인다. 그중 해발 430m의 성미산과 섬진강 상류인 오원천이 한 폭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는 사선대는 봄날의 정취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관촌면 관촌리에 자리한 사선대는 임실 주민의 오래된 휴식 공간이자 전국에서 꾸준히 방문객이 드나드는 임실 대표 명승지다. 사선대(四仙臺)란 ‘네 신선이 노닌 곳’이라는 뜻인데,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임실 운수산의 두 신선과 진안 마이산의 두 신선이 관촌지역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유유자적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사선대 위쪽 언덕에 보이는 운서정(雲棲亭)은 일제강점기 당시 우국지사가 모여 나라 잃은 한을 달래던 곳이며, 운서정 주변의 덕천리 가침박달 군락은 중부 이남 지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희귀한 야생 수목이 자라는 곳이다.
☎임실군청 관광치즈과 063)640-2341
나주 영산강둔치체육공원은 영산포 일대를 아우르는 나주시민들의 쉼터다. 영산교와 영산대교 아래 위치한 약 13만㎡ 너비의 공원으로 축구장, 인라인스케이트 트랙 등을 갖췄으며 전용 주차장이 있어 접근성도 빼어나다. 봄에는 유채꽃이 공원을 물들인다. 영산교 위에서 보면 노란색의 거대한 카펫이 펼쳐진다. 특히 동섬은 영산강의 작은 섬으로 한층 호젓하고 낭만적이다. 행여 유채꽃이 만개하는 철을 놓쳤다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황포돛배 체험과 자전거 타기는 영산강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영산강 황포돛배 체험은 영산교 남쪽 영산포선착장에서 출발해 한국천연염색박물관선착장 구간을 왕복 약 50분 동안 유람한다. 영산포선착장의 영산포 자기수위표(국가등록문화재) 또한 볼거리다. 영산교 북쪽 교각 아래는 자전거무료대여센터가 있다.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영산강둔치체육공원 061)339-4522
제3당·무소속 출마 급감…다자 대결 선거구 130곳에 그쳐화성을 이준석·광산을 이낙연, 민주당 후보들에 크게 밀려창원성산·종로·용인갑 등 일부 지역에선 주요 변수로 작용
22대 총선 특징 중 하나는 양대 정당 소속이 아닌 제3당·무소속 지역구 출마자 감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출마한 지역에 도전한 제3당·무소속 후보들 가운데 당선을 기대해볼 만한 후보는 현재로선 없다. 전문가들은 그간 총선마다 등장했던 제3당이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양당체제에 휩쓸리면서 유권자들이 제3당에 대한 실망을 반복 학습한 것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3당 가운데 전체 254개 선거구의 10%(25곳) 이상 후보를 낸 정당은 개혁신당(43명)과 새로운미래(28명)뿐이었다. 4년 전 총선 때 국가혁명배당금당(235명), 정의당(75명), 민중당(59명), 민생당(58명), 우리공화당(41명)에 비해 급감했다. 무소속 출마자도 지난 총선 116명의 절반(58명)이다.
제3당·무소속 출마자가 감소하면서 다자구도는 전체 선거구의 절반(130곳)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양강구도에 균열을 낼 만한 의미 있는 제3지대 후보는 드물다.
녹색정의당은 전현직 의원인 장혜영(서울 마포을), 강은미(광주 서을)를 비롯해 17명의 후보를 냈지만, 당선 전망은 밝지 않다. 진보정당 유일의 4선 의원인 심상정 의원마저 경기 고양갑에서 김성회 민주당 후보(48.3%)와 한창섭 국민의힘 후보(29.4%)에 이은 3위(12.4%)에 그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새로운미래에선 전병헌(서울 동작갑)·유승희(서울 성북갑)·설훈(경기 부천을)·홍영표(인천 부평을)·박영순(대전 대덕) 등 전현직 의원이 과거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던 지역에 출마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광주 광산을에 출마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형배 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경기 화성을에서 공영운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금태섭(서울 종로)·허은아(서울 영등포갑)·조응천(경기 남양주갑)·양향자(경기 용인갑) 후보 등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남권에선 국민의힘 계열 무소속 후보가 주목받는다. 경북 경산에서 4선을 한 친박근혜계 최경환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후보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맞대결을 벌인다. 한국갤럽·중앙일보가 지난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최 후보 42%, 조 후보 32%로 나타났다.
제3후보의 독자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양대 정당 간 대결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영국 녹색정의당 후보가 출마한 경남 창원성산의 경우 지난 15~17일 한국리서치·KBS창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허성무 민주당 후보(34%), 강기윤 국민의힘 후보(30%), 여 후보(7%) 순으로 나왔다. 서울 종로와 영등포갑, 경기 용인갑 등 양당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도 제3당 후보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앞선 여론조사들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③ 바보야, 모든 게 ‘젠더’야유한킴벌리, 재택·시차출퇴근제 등수십년간 관련 제도 안착 공들여노제원씨, 육아휴직 쓰지 않고도주2회 재택으로 ‘주양육자’ 소화일하며 돌볼 수 있는 ‘유연근무제’기업 인식 변화·정부 지원 절실
현우랑 승우, 이제 엄마한테 인사하자. 엄마 안녕~ 엄마 안녕~
지난 7일 오전 8시30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노제원씨(41)의 집. 아빠 노씨가 32개월 된 쌍둥이 아들 현우, 승우의 손을 이끌고 현관으로 향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문 앞에 서 있던 엄마 안은희씨(41)가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자, 아이들은 익숙한 듯 엄마를 배웅하더니 다시 아빠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집에 남은 노씨는 아침부터 활기차게 뛰는 아이들을 붙잡아 밥을 마저 먹이고, 깨끗이 씻기고, 옷을 입히고, 10분 거리 어린이집에 데려다줬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켠 오전 9시 10분 그의 업무는 시작된다. 노씨는 일주일에 두 번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들을 챙기고 돌본다며 업무 시간을 조절하며 일도 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플랫팀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초점집단면접(Focus Group Interview·FGI)을 통해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은 내 일터와 생활 모두가 불평등하고 가부장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며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지 않으니까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은 먼 미래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제 여성들에게 생애 과업의 중심이 된 일터 환경과 결혼과 출생의 핵심인 가정의 문화를 성평등하게 바꾸는 것은 중요한 숙제가 됐다.
노씨의 사례는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그를 주목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가 우리나라에서 드문 남성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그와 배우자가 동시에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었던 것은 노씨의 회사 조직문화 덕분이다. 노씨는 생활용품 기업 유한킴벌리에서 여성용품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1990년대부터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를 실행해왔다. 2008년부터 가족친화기업으로 지정될 만큼 여러 제도를 선도적으로 운용해왔다. 생산현장에서는 4조2교대 근무를, 영업직은 현장 출퇴근제를 시행 중이다. 사무직도 주1회 재택근무를 ‘디폴트’로 두고 격주에 한 번 연차 사용을 독려하는 ‘재충전 휴일’ 제도를 운용 중이다.
아빠 육아휴직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정작 노씨는 쓴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재택근무를 통해 아이들의 주양육을 맡고 있다. 노씨는 인터넷 쇼핑몰에 등록된 자사 제품을 관리하고 홍보하는 일을 하는데, 화상 회의나 메신저, e메일로 소통하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다. 유한킴벌리도 현재 ‘주1회 재택근무 정책’을 운용 중이지만 그는 주양육자이기에 부서장과 주2회 재택근무를 협의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2일은 노씨가 아이들을 등하원시키고, 나머지 3일 아이들 하원은 노씨의 어머니 도움을 받고 있다.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노씨의 배우자 안은희씨는 사람을 대면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바꾸거나 재택근무하는 것이 어렵고, 갑자기 아이들이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반차를 쓰기도 쉽지 않다. 이런 구조에서 노씨가 양육을 전담하게 된 것은 자연스러웠다. 아침에 안씨가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쌍둥이를 준비시켜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후에는 하원까지 시킨 후 놀아준다. 갑자기 아이가 열이 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어린이집이 휴가 기간 문을 닫을 때도 아이들을 챙기는 건 노씨다. 그는 회사가 언제든 재택근무나 시차출퇴근제를 사용해도 상관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육아가 한층 수월하다며 이런 문화가 아니었다면 나 역시 고민이 컸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간병하기 위해서 지방에서 한 달간 지내면서 원격근무를 하겠다고 회사에 신청을 했어요. 별다른 절차 없이 받아들여주더라고요. 내가 필요할 때 회사 내 제도를 통해 가정을 돌볼 수 있고, 제도 사용 뒤에도 회사에서 압박을 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마치 한국 사회의 전형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노제원씨 사례는 회사의 적극적인 육아 친화적인 제도 운용과 분위기 조성이 ‘모두가 일하고 모두가 돌보는 사회’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직장 분위기가 이렇다면 엄마냐 아빠냐가 아니라 누가 시간을 더 낼 수 있느냐, 누가 더 여유와 체력이 있느냐에 따라 가사 노동과 돌봄의 전담자도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가 돌보는 것’이라는 관념이 확고한 이 사회에선 그렇지 않다. 노씨는 남성 친구들 중에서 교사를 제외하고 육아 관여도가 가장 높다. 다른 친구들은 휴직하지 않는 이상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돌보지 못한다. 나아가 남성이 휴직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그의 상황에 온전히 공감해주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요즘은 아빠들도 육아를 많이 하니까 또래 아이를 키우는 남성 직장 동료, 친구들과 서로 얘기를 많이 해요. 그런데도 ‘온도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보통 아빠들의 육아 부담이 아메리카노 정도의 힘듦이라면 저는 에스프레소 정도로 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배우자인 안씨 역시 보통 아이를 엄마가 키우고 아빠가 돕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까 주위에서 ‘남편이 무슨 일 하냐’고 많이 물어본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회사들이 제도는 갖추고 있다. 중요한 건 그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회사의 추동력과 사내 직원들의 인식 변화다. 유한킴벌리도 2005년까지는 육아휴직 사용자가 없었고, 남성 육아휴직자가 처음 나온 것도 2009년이 되어서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만족도 조사 등을 통해 제도를 보완했다. 유한킴벌리 ESG&커뮤니케이션본부 김영일 수석부장은 ‘처음’이 어렵다는 게 느껴졌다며 회사가 의지를 가지고 챙기다보니 제도가 안착됐고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얼마나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제도도 있다. 유한킴벌리는 아예 분기에 한 번씩 본인 또는 배우자가 임신한 직원, 그리고 해당 직원의 부서장들을 한 자리에 모아 축하를 해주며 관련 제도를 설명하는 ‘예비부모 간담회’를 2009년부터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직원은 출산휴가·육아휴직이나 시차출퇴근제·재택근무 등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안내받고, 동시에 부서장은 제도 사용을 독려받는다. 회사는 이런 간담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가정을 돌보는 게 긍정적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제도를 쓰지 않을 수 없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김 수석부장은 우리도 처음부터 이런 제도를 쉽게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며 처음 제도를 사용하는 사람이 중요하고, 눈치 주거나 면박 주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제원씨 역시 아이가 태어나기 전 이 간담회에 참여했다. 그는 육아휴직이나 시차출퇴근제를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저귀 바우처 등 회사의 지원 혜택은 무엇인지 상세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군가 육아휴직을 하거나,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를 해도 전혀 눈치 보지 않아도되는 문화는 이런 시간이 쌓여 형성된다.
육아휴직을 쓰지 않고도 주양육자가 될 수 있었던 노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전문가들은 유연근무제 본격화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보통 수개월에서 1년을 사용하는 육아휴직제도는 대체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휴직을 길게 사용하면 ‘인력 공백’을 우려하는 기업도 좋아하지 않고 공백을 채우는 직원들도 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성의 고용을 불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시간선택제, 재택근무 등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노동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를 보편화하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동자가 일터와 완전히 분리되는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것보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게 되면, 일터 안에 ‘돌봄’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된다. 기업의 분위기가 빨리 바뀔 수 있고, 모두가 일하고 모두가 돌보는 체계로 가기 더 용이해지는 셈이다.
유한킴벌리 같은 회사는 한국에 많지 않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지난해 기준 유연근무제를 사용하고 있는 임금노동자는 전체의 15.6%로 나타났다. 대다수 회사들은 문화 조성은커녕 제도조차 정착시키지 못한 상태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시간선택제·시차출퇴근제·선택근무제·재량근무제·원격근무제·재택근무제 등 6개 유연근무제도 중 1개 이상 도입한 사업체는 전체의 25.1%에 불과했다. 그러나 유연근로제를 도입한 사업체의 98.8%는 도입 효과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추가 도입하겠다는 사업체는 2.1%에 그쳤다. 유연근무제 도입 비율도 2년 전과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2020년엔 38.5%였으나 2022년 25.1%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첫해 재택근무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정부 지원이 본격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쓰기 어려워하는 중소기업 직원들을 위해 ‘육아기 단축업무 분담지원금’을 신설했다. 10시간 이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한 직원의 업무를 분담한 동료 직원에게 월 20만원 한도 내에서 사업주가 보상을 주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자의 ‘통상임금 100% 지원구간’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는 1주당 단축시간 중 최초 5시간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이후부터는 80%를 지급하고 있다. 개정안은 최초 10시간으로 늘리도록 했다.
#128204;[플랫]미안해하지 않고 쓸 수 있도록…‘육아기 단축근무 분담 지원금’ 신설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연근무제는 노동자에게 주는 제도 같지만 멀리 보면 회사에도 유익한 제도라며 숙련 인력이 돌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 되면 작은 기업일수록 숙련 인력을 쓸 수 있다는 이점이 크다고 말했다.
걸림돌은 ‘장시간 출석주의(presentism) 문화’에 익숙한 한국 회사들이다. 한국 기업에서 중요한 성과지표는 여전히 ‘절대적 시간 투입량’이다. 배우자의 가사노동 지원을 받으며 더 많은 시간을 투입 가능한 남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 사이에 차이가 벌어지는 성별 불평등의 핵심 요인이기도 하다. 신 교수는 장시간 출석주의 문화에 익숙한 중장년 남성들이 경영·관리자로서 기업의 규칙과 제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을 일탈적인 요소로 바라보기 쉽다며 이들의 반발과 저항을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유연근무제 정착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유연근무제를 부담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회로 보라고 말했다.
유연근무제는 일과 가족, 돌봄과 개인 생활의 요구를 균형 있게 추구할 수 있는 시공간적 자율성의 기회입니다. 이런 기회를 위해서 한국 기업에 시급한 것은 ‘신뢰’ 문제이지요. 노동자는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기업은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가 가능한 기술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이러한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기업은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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